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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활/먹을거리2014. 2. 26. 15:10

경북 영천에 있는 동안 소맛을 조금 알게 됐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영천시장 쪽의 [영양숯불식당]의 갈비살,

청통면 [청호식육식당]의 소금구이와 갈비살,

시외버스터미널 뒤 [편대장영화식당]의 육회. 


제주도에선 아직 그 정도의 소고기집을 찾지 못했다. 

(뭐 아직 내가 찾지 못한 것이겠지만 ㅋ)

그나마 다행인건 서광 축협프라자가 집 가까이 있어

싼 맛에 좋은 소고기를 사다 먹을 수 있다는 거 ㅋ


암튼 괜찮은 소 식당 하나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흑소랑]을 찾아가 보게 됐다.


(찾아간 이날은 확장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조금 어수선했고 

미리 예약된 손님만 받고 있었다.) 





원래 흑우농장을 하던 분이 식당을 열었는데, 

아직은 사람들에게 흑우 자체가 생소해서 

일단 흑우 맛을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흑우란게 있다는걸 이번에야 알았다. 





고기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 몇개나 찍으면서 놀았다 ㅋ


반찬수가 많거나 화려하진 않다. 

뭐 난 어차피 고기집에선 반찬따위 신경안쓰니까 ㅋㅋ

중요한 건 고기다 고기.







우선 나온 육회와 육사시미.

육회는 최대한 고기맛만을 보여주려는 듯 

절제된 양념과 그에 어울리는 고기맛이 인상적이었다 ㅋ

뿌려진 깨가 조금만 적었다면 더더더더 좋았을것 같다. 


육회에 비해 지방이 적은 육사시미의 단백한 맛도 

씹을 수록 고소해져 맘에 들었다. 

찍어먹는 장에 와사비 곁들여져 있어 풀어서 먹었는데

그러지걸 하는 생각은 조금 들었다. 

와사비 향이 육사시미 단백함을 잡아 먹는 것 같아서 ㅋ





육회를 먹은 여운이 가실 때 쯤 나온 등심, 살치살, 근고기

돼지고기 근고기는 많이 봤지만 

소 근고기는 아주 낯설다. 


저렇게 나온 고기는 아무래도 

푹 익히는 식으로 구울 수 밖엔 없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소고기는 그렇게 익히면

퍽퍽해지고 맛이 없어진다. 





흑우는 푹익혀도 퍽퍽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일단 굽기 시작 





근고기 익히는 동안 먼저 맛 본 등심과 살치살은 

여느 소고기와 같지 않았다. 

"얘는 흑우다"라는걸 머리에 입력해놓고 

먹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먹으면 먹을 수록 차이는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는

씹었을 때 느껴지는 지방질(?)의 

미끈미끈한 촉감과 고소함이 있기 마련인데 


얘는 미끈미끈하기 보다 마치 맹물 같이 담담한 느낌이 있어

느끼함을 느끼고 탄산음료가 땡기기 시작하는 시점이 매우 늦었다 ㅋ

맛도 고소함과 함께 약간의 미묘한 신맛(酸味)이 느껴졌는데

마치 버터나 치즈를 먹은 후의 뒷맛과도 비슷했다. 


그리고 혀가 그 맛을 알아채고 개발(??)된 후에는 

점점 그 맛이 부각되어 느껴져, 

조금 다른 소고기를 먹는다기보다는 

아예 다른 고기를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지글지글 천천히 구운 근고기. 

맛있게 찍는다고 찍었지만

이렇게 구운 소고기는 정말 안질길 수가 없다. 


하지만 이녀석은 확실히 질기지 않았다. 

일부러 더 완전히 익혀서 먹어봤는데도 

완진히 익힌 소고기 특유의 

혀끝에서 때밀리듯 갈라지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물론 난 그보다 덜 익혀 

육즙 충분히 머금은 상태를 선호한다. 

하지만 무슨 고기든 핏기 있는걸 싫어하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사람에겐 이녀석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로 나온 갈비탕은 매우 실實했다. 

대추가 4개나 들어가서 

대추향과 단맛이 조금 강한게 아쉬웠지만

찐한 국물의 맛은 좋았다. 


세트메뉴로 나온 갈비탕이라 더 양이 많은가 했더니 

8000원에 판매되는 갈비탕 메뉴를 시켜도

고대로 똑같이 나온댄다.


내가 이 근처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점심은 무조건 이거다 ㅋㅋㅋ





내가 기대하고 갔던 것에 비해 

흑우의 맛은 색달랐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여느 소고기를 먹을 때와 달리 

많이 익혀서 먹어봐도 괜찮았지만

그냥 원래 내 스타일대로 먹어도 

그 특색이 반감되진 않는것 같다. 


아마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가게 된다면

난 등심을, 부모님은 근고기를 먹으면 딱일듯 ㅋ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


1. 전반적인 반찬의 맛이 짠맛보다 단맛위주다. 

같이 간 아내의 경우 단맛을 선호해서 맘에 든다고 했지만

고기와 같이 먹을 때 반찬의 단맛은 

고기의 느끼함을 더 일찍 불러온다고 생각하기에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다. 


2. 흑우 자체의 맛과 향이 좋기에 

기름장을 먹기보다 그냥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기호에 따라 곁들여 먹을 만한 것들이 추가되면 좋겠다. 

굽기전 고기위에 뿌릴 소금이라든지,

파지나 채 썬 양파 같은 것들 말이다.

반찬으로 나온 백김치나 겉절이는 맛있었지만

"고기와 함께" 먹기엔 부적절했다. 

사실 먹으면서 내내 울릉도 명이나물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내가 생각하기엔 부차적인 것들이다. 

앞서 말했지만 고깃집은 고기가 맛있으면 장땡이다. 

그 맛을  도와줄 부차적인 것들은 앞으로 더 개선될거라고 본다 ㅋ





애초에 했던 "괜찮은 소 식당 하나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빗나갔다. 

흑우의 맛은 내 예상보다 새로웠다 ㅋ


난 새로운 '흑우집'을 알게 되었고

기존의 소고기 맛을 즐기려면 

또다른 식당을 알아봐야할 것 같다 ㅋ

Posted by Midway_17kHz